정치

도덕이라는 코르셋에 대하여

*로베르토* 2021. 11. 4.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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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토론방에선 참가자에게 정치적 성향을 묻는 대신 '어떤 정치인을 원하느냐?' 고 묻는다. 그러면 열에 여덟은 '정권교체를 할 정치인' '문재인을 감옥으로 보낼 정치인' '됐고 홍준표가 되어야 한다' 등 허무맹랑한 이야기만을 늘어놓는다. 그들의 문해력이 떨어져서일까? 아니다 그들을 포함한 거의 대다수의 사람들이 욕망에 솔직해진 적이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우리는 학교에 다녔고 학교는 우리에게 절제할 것을 가르쳤다. 작게는 먹는 것부터 크게는 일탈하지 않을 것까지 말이다. 청소년은 쉽게 탐닉하는 존재라는 명분 아래에서 우리는 본능을 통제할 것을 강요받았다. 물론 청소년의 무분별한 욕망 발산이 중독으로 이어지는 것은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 교육으로 인해 우리는 욕망에 솔직해지지 못한 나머지 욕망을 죄악시하게 되었다.

서론의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예시로 든 사람들에게 '가령 문재인을 감옥에 보낼 수 있다면 북한과 수교해도 그를 지지할 것이냐?' 라고 묻자 그들은 전부 아니라고 답했다. 그들은 그것과 이것은 다르지 않냐며 셔을 그었고 일부는 '좌파식 이단심문이다! 들어선 안 돼!' 라고 현실부정에 이르렀다. 참 이상한 일이다. 분명 그들이 빈 소원은 문재인의 하옥이었는데 소원을 이뤘음에도 또 원하는게 있었단 말인가? 북한과의 수교를 해선 안 되는 이유는 또 무어란 말인가? 그런 게 있었다면 왜 처음부터 말하지 않았던 것인가?

필자가 분석한 바로는 그들이 진정 원했던 정치인은 '(내가 아는) 국민의힘 출신 대통령이라면 그 누구든 숭배하겠다' 였다. 물론 국민의힘이 북한과 수교를 한다거나 노동권을 신장하는 일은 일생영겁 없을 예정이다. 그렇다면 왜 이 단순한 대답을 회피하는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자신이 무엇을 욕망하는지 모르는 것이 쪽팔리거나, 자신의 욕망이 얼마나 추악한 것인지 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필자가 이 질문을 한 이유는 자신이 욕망하는 것에 대해 정면으로 마주하길 바래서였다. 내가 정말 하나밖에 바랄 수 없다면 그것은 무엇이 될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한 자가 있었는지 궁금했던 것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우리의 대부분은 그런 생각을 나쁜 생각으로 치부한 나머지 우리가 무엇을 욕망하는지조차 지도 모르거나, 자신의 욕망을 타인에게 인정받기 위해 욕망을 분식포장하고 자빠진 상태가 되었다. 그 결과 우리는 '~~가 되면 나도 모르는 내 추악하고 속물스러운 소원이 이뤄질거야~ ' 같은 마술적 성취의 기원이라는 정신병적인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정치인은 국민의 욕망에 맞춰 움직인다. 주권자가 국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권자인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 확실히 하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케세라세라를 흥얼거리면 정치인은 반드시 우리를 등처먹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배신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애초에 우리는 어떻게 이뤄야할지도 모를 소원을 빌었는데 그들이 괴상한 결과를 내놓는들 '이게 당신이 빈 소원의 결과요' 라고 한들 뭐라 말하겠는가? 이에 충고로 마무리하겠다. 1. 당신이 무엇을 욕망하든 그것은 당신의 진짜 모습이니 도망칠 생각하지 말 것. 2. 그럼에도 누군가는 그런 당신을 사랑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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